고택·종가문화 계승 발전시켜야



고택(古宅)의 가치를 재조명해 문화자산으로 활용하자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엊그제 '충남의 고택문화재 현황 및 활용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중원포럼 세미나는 주목할 만하다. 돌이켜보면 급격한 산업화와 개인주의로 전통 주거문화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것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고택만큼 한국적 미의 기준이자 매력적인 관광 상품도 드물다. 고택은 종가(宗家)와 궤를 같이 한다. 종가는 문중에서 맏이로 이어온 큰집이라는 사전적 풀이 이외에 선비들이 배출된 곳이자 대를 이어 전통 음식이 있었던 곳이다. 지역의 민속을 주도한 건 종가였기에 이런 관점에서 고택을 바라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택은 불편하고 고리타분한 주거형태란 인식이 강해 외면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 많던 고택들이 개발이란 명목아래 어느 순간 하나 둘씩 사라져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들이다. 오히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한옥 사랑 정신에서 정체성을 배우게 된다. 30년 전부터 서울 동소문동 한옥에서 살아온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씨는 지난해 재개발 사업으로 자신의 집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이웃 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적이 있다. 계속 한옥에 살고 싶다는 그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최근 들어 전통 가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어 다행이다. 충남 논산에 소재한 조선 중기 대학자 명재 윤증 선생의 고택엔 연간 3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건축학이나 사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한옥 체험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충북 보은의 99칸짜리 보성 선(宣)씨 종가도 전통문화를 배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안동시는 고택 마케팅을 벌여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해 5만 명이 고택을 찾았는데 주말에는 방이 없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서울시의 한옥지원금제도는 한옥이 밀집돼있는 북촌(北村)지역의 패턴을 바꿔놓았다. 주말이면 이곳 골목길은 한옥 답사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문화재로 지정된 전국의 고택은 600채가 넘는다. 옛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키자는 게 아니라 조상의 얼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택은 선별해 체계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종가에 깃들어있는 정신문화를 계승하는 작업도 시대적 사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