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宅 의 변신, 숙박공간으로… 연주회장으로…



충남 논산에 있는 조선 중기의 대학자 명재 윤증의 고택(명재고택) 사랑채 전경. 최근 지역마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고택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 제공 명재고택
■ 지자체마다 문화관광상품 마케팅 활발

문화재 지정 전국 고택 635곳

혼례-다례 등 프로그램 다양

관광객 수용시설 확대 숙제로

임진왜란 기록인 ‘징비록’을 쓴 서애 유성룡(1542∼1607)의 고향이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부근에 그가 공부를 하던 별장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직면 망호리에 있는 ‘소호헌(蘇湖軒)’이 그곳이다. 소호헌에서 16일 오후 8시 ‘별빛 선율을 타는 고택(古宅)음악회’가 열린다. 국악 사물놀이 가곡 영화음악 가요 등을 버무리는 연주회다. 안동시와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안동지회 측은 “소호헌은 서애 선생과 뗄 수 없는 건축물인데도 너무 안 알려져 음악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택을 비롯해 명문가의 종택 등 ‘옛 공간’들이 지역의 독특한 틈새 문화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자치단체들도 ‘고택 마케팅’을 지원하면서 지역의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 고택 체험 인기

문화재로 지정된 전국의 고택은 635개. 충남 논산에 있는 조선 중기의 대학자 명재 윤증(1629∼1714)의 고택(명재고택)에는 연간 3만 명이 찾는다. 아름답고 관리가 잘된 고택이어서 건축학이나 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단체들에는 필수코스다. 전에는 둘러보는 식의 방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체험프로그램이 활발하다. 논산시의 지원으로 전통혼례와 음악회, 성인식, 다례 같은 프로그램이 열린다. 별채의 방 6개를 이용할 수 있어 주말이면 ‘문화관광객’으로 꽉 찬다. 이곳에 사는 12대 후손 윤완식 씨(53·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부회장)는 “최근에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풍수지리강좌의 필수코스처럼 인식돼 방문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350년 동안 조선 간장의 자존심을 지켜온 충북 보은군의 99칸짜리 보성 선(宣)씨 종가인 선병국 가옥은 간장 덕분에 종가 일대가 아예 테마공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보은군이 5억 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종가 맞은편에 6230m²의 대추밭과 체험장, 산책로를 조성한다. 21대 종부(宗婦) 김정옥 씨(56)는 “종가의 장맛이 소문난 뒤 방문하는 분들이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대표적 고택인 강릉 선교장은 최근 들어 전통체험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99칸의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으로 전통음식문화와 민속놀이, 예절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전남 나주시는 조선시대 나주 목사(牧使)가 머물던 관청의 안채(내아)를 관광객 숙박체험 공간으로 이달부터 활용하고 있다. 원형이 잘 보존된 나주 내아는 숙박용 방 11개와 세미나 같은 행사를 할 수 있는 부속시설도 갖췄다. 고택 숙박료는 지역과 방 크기에 따라 차이 나지만 10만∼15만 원 선이다.

○ 안동 작년 관광객 5만여 명 방문

전국 고택의 절반가량이 있는 경북도는 올해 60억 원을 들여 고택을 국민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택 활성화를 위한 ‘제1회 경북 종가 포럼’을 열었다. 특히 안동시는 고택의 중심지여서 지난해만 20여 개 고택에 외국인 8000여 명 등 5만여 명이 찾았다.

고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체험을 원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지만 수용 규모가 너무 작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동의 고택문화보전회 김원길 회장(67)은 “고택은 특히 가족이 마음 편하게 여유를 찾는 공간이어서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묵을 방이 부족한 점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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