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부풀려 소개비 슬쩍… 북촌 한옥마을 수상한 거래

 2011.12.23

 

집 주인들, 관광객에 바가지 - 區 통해 손님 받아야하지만 지인 통해 직접 사람 모아 "방 없으니 옆집 소개하겠다" 유인한 뒤 계약금 챙겨
區 "관련 법 없어 단속 못해" - 부당거래 알기도 힘들고 면허 취소할 권한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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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안국동에서 한옥체험살이집을 운영하는 박모(43)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18일 계동에서 한옥체험살이집을 하는 조모(44)씨가 "우리 집에는 남는 방이 없어 당신 한옥에 손님을 보낸다"며 제주도에서 올라온 단체 관광객 25명을 소개하면서부터다.

3일간 묵게 하고 박씨가 관광객들에게 요구한 숙박비는 85만원. 그런데 이들이 내민 돈 봉투 겉봉에 120만원이란 숫자가 적혀 있었다. '120만원은 뭐지?'라는 생각에 박씨가 묻자 관광객들은 "숙박비가 120만원인데 계약금 30만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를 지금 가는 한옥 주인에게 내면 된다"고 조씨에게 들었다는 것. 알고 보니 조씨가 한옥 체험을 해보려는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소개비를 챙긴 것이었다.

종로구가 조사한 바로는 조씨는 지난해 말부터 계동에 한옥을 임대해 한옥체험살이집을 시작하고 지인을 통해 관광객들을 대거 끌어들인 뒤 안국동·삼청동·계동 등 주변 동네 한옥체험살이집에 찾아가 '손님을 소개해줄 테니 소개비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용훈 종로구 관광산업과 주무관은 "현재 정확히 몇 곳과 거래했는지 피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며 "몇몇 한옥 주인들은 직접 소개비를 내지 않고도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암묵적으로 거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당한 소개비를 결국 관광객들이 떠안으면서 그동안 사실상 실제보다 비싼 값에 한옥 체험을 치르고 간 관광객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실제 주인들끼리 이런 '부당거래'가 자주 일어난다고 해 자세한 내막을 확인 중"이라며 "신고하지 않고 이뤄지는 거래라 알기 힘들고 법으로도 제지할 방법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한옥체험살이는 지난 2009년 개정되면서 관광진흥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숙박업'이 아닌 '관광편의시설업'으로 분류, 위생·숙박요금에 대한 별도 단속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면허를 취소할 수도 없다는 것. 다만 구에서 별도로 제정한 조례에 따라 '기준 가격을 넘어선 과도한 이용료를 요구한 경우'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종로구는 이를 단속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조혜정 종로구 관광산업과장은 "한옥체험살이집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은 홈페이지나 종로구에 직접 문의하는 게 요금 피해를 보지 않는 길이다"고 말했다.

'한옥체험살이'는 종로구가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북촌 한옥마을 한옥들을 모아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지방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옥 숙박 체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체험살이는 '홈스테이'의 순 우리말. "외국 관광객이 늘지만 숙박시설은 많지 않아 숙박을 겸한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게 종로구 설명이다.

지난 11월 기준 북촌 한옥마을 한옥 1266곳 중 47곳이 '한옥체험살이집'으로 등록해 관광객을 받고 있다. 정식 숙박업소가 아니라 요금은 1인당 최고 10만원이며 보통 5만~7만원, 단체는 4만~5만원 정도. 외국이나 지방에서 온 관광객이 한옥체험살이를 이용하려면 종로구에 직접 전화하거나 홈페이지(homestay.jongno. go.kr)를 통하면 된다.

하지만 일부 한옥 주인들은 한옥체험살이집 홈페이지나 블로그,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직접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하며 조씨처럼 남는 손님을 다른 집에 소개하며 수수료를 받는 '편법'도 동원하고 있어 잡음이 일고 있다.

한옥체험살이집은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1만2708명(외국인 1만496명)이 이용했으며 올해 상반기 9780명이 방문했다. 한 한옥집 주인은 "외부로 이 일이 알려지는 게 불편하지만 이번 기회에 정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출처-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