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기행 ┃이진경 지음, 이가서 펴냄, 344쪽, 1만9천800원.

전쟁터 같은 도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내가 몸을 누일 곳은 줄줄이 불이 켜진 고층 아파트의 한 칸. '휴식'이라기 보다는 '편리함'으로 뭉쳐진 공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적한 시골마을의 고택(古宅)은 어쩌면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일지도 모른다.

엉덩이를 뜨끈하게 하는 구들, 세월따라 나이를 먹은 수십년 수백년된 나무기둥들. 하늘로 날아오를 듯 경쾌하게 솟은 기와지붕, 마당에 팔을 벌리고 선 나무들…. 몇 세대나 강산과 주인이 바뀌는 모습을 지켜봐온 고택들은 달빛 젖은 신화와 햇빛 바랜 역사를 후손들에게 나지막이 들려준다. 선조가 남긴 고유한 문화유산, 우리 고택의 그윽함이다.

문화유산 해설사이자 문화유산신문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경은 '한국의 고택기행'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우리 고택 스물일곱곳을 찾아 그곳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준다.

솟 을대문, 안채, 사랑채 그리고 별당·정자·서재의 4개 마당으로 나눠진 이 책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살펴보면 각각 다른 멋과 정취를 지니고 있는 고택들을 소개한다. 솟을대문에서는 조상들의 충절과 의연함, 사람의 도리, 효 사상 등을 엿보고, 안채에서는 나눔과 베품을 찾아낸다. 사랑채에서는 아버지의 마음과 선비의 가슴을, 별당·정자·서재에서는 학문과 마음의 수양을 찾아내 이야기로 풀어낸다. 각각의 고택마다 찾아가는 길과 주변 고택, 주변 명소를 소개한 배려에서는 저자의 꼼꼼함이 엿보인다.


출처 :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임니다.